쓰레기 없는 바닷가를 위한 아주 구체적인 실천과 연구
<aside> 💡 KEYWORD #기후위기 #쓰레기없는바닷가 #분리수거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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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 소개를 부탁드려요.
‘아나바시스’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청년 인문학 공부 모임으로, 2018년부터 인문학을 바탕으로 환경과 생태에 관한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모임이 결성된 계기는 ‘플라스틱 쓰레기’였습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바다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2018년 “청년, 플라스틱 바다를 구해줘 - 공감능력 키우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3년 자기주도형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청년과 AI,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하자』 출간에 이르기까지 부산에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환경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 광안리 차 없는 거리에서 9개로 세분화 된 분리배출함인 <반짝 분리배출함>을 운영하며 해변 쓰레기를 줄이는 공익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소소모’와 함께 분리배출함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 잠깐이었지만 <반짝 분리배출함> 운영하실 때 함께 했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지만 보람이 있어 활동을 이어가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네, 반짝 분리배출함을 운영하는 매회 활동 모두가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깨끗한 광안리 거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지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현재 광안리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구간에는 총 4개의 분리배출함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모래사장 쪽의 구석진 곳에 있어 시민들이 인지하기가 어려워요. 또한 현재 운영 중인 분리배출함은 4개 분류(일반쓰레기, 플라스틱, 캔, 병)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여기 버려진 쓰레기를 자원순환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구청에서 분리배출함을 더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고, 더 세분화된 분류에 따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부분은 저희가 거리에 나와서 광안리 곳곳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알아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이외에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꼈던 순간은 반짝 분리배출함 운영에 시민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활동을 격려해 주셨을 때입니다. 시민분들은 대부분 본인이 가진 쓰레기를 분리배출함에 버리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몇몇 시민들은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주워 와서 분리배출함에 버려 주셨어요. 1회차 운영 때 한 중년 남성분이 오셔서 분리배출함 뒤쪽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뭉치를 같이 치우자고 제안하셨고, 20여 분간 팀원들과 쓰레기를 함께 정리하고 가셨어요. 그리고 3회차 운영 때 한 중년 남성분도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와서,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에 버리고 갔네요.’라고 하시며 분리배출함에 넣어 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길거리에 버려진 음료수병을 들고 와서 버려 주신 중년 여성분, ‘오늘 본 부스 중에 여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며 응원해 주신 시민분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참여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쓰레기를 바르게 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멋있는 시민분들이 많으시네요! 오가는 시민분들이 잘 참여해 주실지 걱정이었는데 그런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기획과 준비는 저희가 하지만, 참여자는 광안리를 방문한 일반 시민이다 보니 ‘분리배출을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많이 헤매었던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선 분리배출하기 전에 모든 쓰레기를 씻고 닦아서 버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야외에선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광안리의 카페에 양해를 구해 연계해야 하나, 우리가 끝나고 다 새로 씻어야 하나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회의 끝에 곳곳에 있는 발 씻는 수도를 확인하고, 그 근처에서 플라스틱 컵이라도 씻어서 버릴 수 있도록 안내하기로 결정했어요. 완벽한 분리배출까진 아니어도, 이렇게 밖에서도 제대로 분리배출을 해보는 경험 자체가 주는 충격이 있으리라 기대했어요. 컵을 씻어 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그 요구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히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고 오히려 열성적으로 분리배출과 세척 과정에 동참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 <소소마켓>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를 맡아 주셨어요. 어떠셨나요?
당연히 우리가 분리배출함을 도맡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입구 쪽 8번 부스를 맡아서 광안리에서 운영하던 것 중 음료 버리는 통을 제외한 8개 분류로 분리배출함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행사 규모가 크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참여 인원도 훨씬 많았고 다른 모임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데 나오는 쓰레기들이 있어 광안리에서만큼이나 분리배출함이 금방 채워졌습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참여자분들이 대부분 텀블러를 들고 오신 덕에 광안리와 비교해 투명 플라스틱 컵이 많이 배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6개의 투명 플라스틱 컵이 버려졌습니다.)
또 분리배출함뿐 아니라 ‘쓰레기’ 또는 ‘분리배출’과 관련하여 평소에 가진 생각을 써볼 수 있는 코너를 운영했습니다. ‘평소 가장 많이 버리는 쓰레기는 무엇이며, 그것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내가 갖고 있는 물건 중 만들거나 고쳐 쓴 물건, 주변에서 물려받거나 중고로 구입하여 잘 쓰고 있는 물건’을 써보는 등 쓰레기 문제와 관련하여 5가지 질문지 중 1개를 랜덤으로 뽑아 답변을 써보는 형식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과일잼 통으로 만든 바늘 보관 통’이었습니다. 때마침 그분이 바늘 보관통을 갖고 계셔서 보여주셨는데, 저희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고 아이디어가 참신했습니다. 광안리 분리배출함 운영 시에는 시민분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소소마켓>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소소마켓> 분리배출함 운영 결과 ]
○ 많은 쓰레기가 나왔군요, 쓰레기 줄이기가 쉽지가 않네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는 만난 지 10년이 넘은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모임이 결성되기 전부터도 만날 때마다 ‘우리가 공부한 것을 어떻게 하면 삶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반짝 분리배출함>도 그런 고민으로 생겨난 기획입니다. 앞으로도 매년 여름마다 저희는 광안리 해변에 분리배출함을 가지고 나가려고 합니다. 이 쓰레기통이 광안리 차 없는 거리에 생기고, 더 나아가 부산의 해변 곳곳에 생기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 저희는 청년 모임으로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과 연대하는 것도 앞으로 계속하고자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지, 저희 또래의 청년들과 진솔하게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 저희와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광안리에서 분리배출함을 운영할 때는 시민들에게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만족하긴 했지만, 사실 저희 팀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서 자원순환을 잘 하면 쓰레기 자체의 양을 줄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건 시민과 행정기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어떻게 첫 단추를 풀 수 있을지 성공적으로 실험한 것 같아요. 처음 목표처럼, 더 많은 이가 활동에 참여해 분리배출과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고, 결과적으로는 쓰레기의 양이 실제 줄어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