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퀴어의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
<aside> 💡 KEYWORD #성소수자 #퀴어문화 #닉네임 #성별나이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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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는 부산에서 퀴어 관련한 연구나 문화 활동을 하던 멤버이고 작년에 부산지역 퀴어를 만나 인터뷰 작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관심사가 비슷해서 만남을 이어오다가 소소모 공모사업이 뜬 것을 보고 퀴어레터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관 지원사업에 퀴어라는 주제로 응모를 해서 선정이 될까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모임 선정이 되어서 성소수자 정체성이 부정 당하지 않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소모가 모임을 정규화하는 계기가 된 셈이네요. 동아리 이름을 ‘퀴어레터’로 정하셨어요.
네, 올해 동아리 활동내용을 부산지역 곳곳에 녹아있는 퀴어 현장과 흔적을 찾아보고 그걸 기록해서 작은 책자를 발간하자고 정했거든요. 예를 들어 퀴어프렌들리한 문화현장, 노동현장, 비영리기관 또는 영리 공간 등 다양한 장소에서 포착되는 퀴어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병원이 될 수도 있고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동아리 또는 어떤 제도나 사람들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고요. 이런 발간물을 내서 분명히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은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들을 가시화해보자고 생각한 거죠.
부산지역 곳곳의 퀴어 집단의 활동과 이용 가능한 공간 정보를 조사해서 지도를 제작하시겠다는 계획을 촘촘하게 잡으셨어요. 모임 횟수가 많은데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저희는 이번 소소모를 통해서 모임의 방향성을 더욱 뚜렷하게 잡게 되어서 활동의 결과물을 제작하기 위한 회의를 한 달에 평균 2회 정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퀴어레터는 이러한 회의를 통해 구성원 각자가 부산 지역에서의 퀴어 위치성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해나갔습니다. 소소모라는 지원 사업을 통해 저희가 목표의식을 가지고 동아리 이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도를 제작한다고 알리고 퀴어 당사자들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부산에서도 퀴어에게 다양성을 지지하는 환경이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되리라고 예상했잖아요. 실제 성소수자들은 이런 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희가 퀴어 공간을 찾기 위한 간단한 인터뷰들을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퀴어 프렌들리한 문화에 노출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래도 부산 지역은 아직까지도 퀴어 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그건 결국 부산 지역의 전반적인 퀴어 문화가 여전히 핍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퀴어에 대한 정보만 다수 노출되게 되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구요. 그래서 무엇보다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정보를 오픈하는 것에 대해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도 제작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요.
조사 과정에서 부산의 퀴어가 모이는 공간 중 대부분이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자료를 보강할 목적으로 성중립 화장실도 추가로 알아봤는데 부산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하나뿐이었어요.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저희가 파악한 퀴어 공간이 대부분 클럽이나 바와 같은 상업공간이어서 지도에 담기에도 애매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또 간담회를 통해서 퀴어 공간 특성상 당사자들이 공개를 꺼려한다는 분위기도 알게 되었어요. 레즈비언 모임 공간 같은 경우 이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모임 장소를 알게 되거나 하면 혹시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우려가 되어서요. 그래서 지도 제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소모는 어떤 부분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나요?
아직은 퀴어에 대해서는 공적인 지원은 부족한 것 같아요. 수면 위로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렵지만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공부하는 공간과 시간은 꼭 필요했거든요. 아무래도 모임지원비가 있으니까 안정적으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성소수자 모임도 이런 지원사업으로 사회적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든든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요?
서울에는 청소년 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이 있잖아요. 부산에도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단체 설립은 아니지만 함께 책을 읽거나 하면서 감수성을 키워나가고 활동도 차차 알려 나가려고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가는 게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역 문화의 초석을 다져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