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앉은 식탁에서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자 모인 북구 주민들

<aside> 💡 KEYWORD #마을 #밥상나눔 #소외계층 #고립해소 #중장년층 #노년층

</aside>

밥상공동체 ‘솥뚜껑’ 첫 활동이 5월 8일 어버이날 이었다구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이었나요?

만덕 복지관과 협업해서 복지관에 오시는 만덕 거주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였어요. 저녁마다 모여 양말목으로 빨간 카네이션을 만들었는데요, 양말목 빨간색으로 다섯 개의 꽃잎을 만들고, 초록색 줄기를 만들어 옷핀으로 고정했어요. 혹시나 옷에 구멍이 나는 것을 싫어하시는 어르신들이 있을 수 있어 고리도 별도로 준비했어요. 그렇게 준비한 카네이션을 어버이날에 30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의 왼쪽 가슴에 달아 드렸어요.

앙증맞은 양말목 카네이션을 단 어르신들께서 카네이션이 너무 귀엽고 감사하다고 여러 차례 인사를 해주셨어요. “내일부터는 가방에 달아야지.” 하는 말씀을 듣고 아무것도 아닌 작은 양말목 카네이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선물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답니다. 작은 노력 하나로 서로서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어버이날이 되었어요. 더운 날씨에도 카네이션을 받으신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여서 다함께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들다가 버려지는 자투리 천이예요. 쓸모없다고 생각했지만 카네이션으로 재탄생해서 행복을 줄 수 있으니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자원이고 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힘없고 경제활동이 되지 않고 소외되었다고 해서 그들에게 지금처럼 받는 복지정책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와 공간과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진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감사를 나누는 뜻 깊은 자리였네요, 어버이날 이후 솥뚜껑 소모임이 함께 밥을 먹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셨죠?

네, 기존에 반찬 나눔 같은 프로그램들은 있었는데, 어르신들에게 물었어요. “음식을 만들어서 집에 가지고 가는 것이 좋으신가요, 여기 방문하시는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좋으신가요?” 그랬더니 어르신들은 늘 텔레비전이나 벽을 보고 먹으니까 이런 기회에 얼굴을 보고 둘러앉아서 대화하면서 밥을 먹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또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그동안 밥은 끼니를 떼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어서 생선조리 같은 번거로운 반찬이나 과일 등은 먹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함께 밥을 먹는 대상이 노인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혼자 살고 있는 중장년층, 특히 남성 중장년층은 몸이 아프지 않은 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요. 혼자 살면서 외롭거나 힘들어도 또래 이웃을 찾기 어려워하시고, 공동체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노년 대상이거나 청년 대상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요.

요즘 밥을 굶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밥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생각해요. 밥상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일방적인 도시락 나눔이 아니라 함께 한 공간에 앉아서 이야기하며 식사하는 것이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런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는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주변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고 해주셨습니다. 고독한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집에 계신 분들을 설득해 밥상 앞에 같이 앉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또 어려운 점들이 있었나요?

자체적으로 대상자를 정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모임이라 짧은 기간에 대상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완료해야 하기에 체계적이지 않으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음식을 소재로 하다 보니 무더위나 장마 등 계절의 영향으로 음식의 위생에 신경을 써야하고, 참여 어르신들 중 이동이 불편한 분들도 있어서 고려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음식을 조리하고 함께 먹을 수 있고 이동도 편리한 공간을 대여하기가 어려웠고, 가능했던 공간이 많이 협소한 편이어서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런 공유 공간들이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솥뚜껑’ 모임이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가요?

솥뚜껑 공동체만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어르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자와 함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한, 공동체 회원의 역량을 강화하여 활동 범위를 넓혀 요리를 시작으로 손바느질, 운동, 목공예 체험 등 여러 가지를 함께 해 보고 관계를 잇는 그런 공동체가 되고 싶습니다. 관계가 지속되어 대상자들의 재능을 발굴하는데 도움을 주는 공동체가 되고 싶습니다. 본인의 재능을 발굴하신 분들도 나눔과 소통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함께 나누려고 할 것입니다. 소소모 활동을하면서 대상자와 함께하는 기획이어서 대상자 발굴에, 그리고 선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대상자와 관계를 잇고, 고립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대상자 발굴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행해 볼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소 한 컷_ 🌻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