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매력을 독립출판물에 담는 창작자의 모임
<aside> 💡 KEYWORD #부산 #수집 #독립출판 #창작 #미니진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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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 소개를 해주세요.
‘동네 수집가들’은 우리 살고 있는 지역과 일상 속의 순간들을 수집하여 독립 출판물의 한 형태인 자유로운 Zine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모임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일상의 반경은 다르지만, 독립 출판이라는 접점으로 모인 모임이기도 합니다.
○ 소소모 활동,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유정 : 소소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일상'에서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예요. '일상을 바꾸는 소소한 모임'이라는 이름처럼, 이 활동을 통해 일상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창작을 시작할 때 거창한 주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사실 창작의 주제는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고,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활동에서 특히 좋았습니다.
또, 따로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하기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죠. 그런데 이번 활동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니, 단조로워 보이던 하루에도 작은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이게 다 ‘소소모’, 그리고 ‘동네수집가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진향 : 동네 수집가들 모임을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아무래도 Zine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러 문구센터를 갔던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평소에도 화방이나 문구점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그날은 정말 사고 싶은 재료, 하고 싶던 작업을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고를 수 있었어요! (물론 한도는 있었지만 개인 지갑보다 자유로웠다고 표현하겠습니다. 하하)
문구센터를 합법적(?)으로 샅샅이 뒤져볼 수 있는 시간, 선뜻 사기 힘들었던 한국화 물감이나 붓도 사고 완성될 작업들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며 이것저것 고르는 시간은 설렘이 최고조였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한도 끝도 없이 구경만 해도 즐거운 곳이었답니다. 또 함께 접지 강의, 북바인딩 강의를 들은 일도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어요. 혼자서 강의를 들을 때보다 함께 들으니 더 집중도 되고 의욕이 올라가더라고요. 물론 절반은 까르륵 웃음보가 터져버리긴 했지만요. 아, 그럼 집중이 안 되었던 걸까요?
○ 저희가 기획한 의도대로 활동을 잘 해주셨군요!(웃음) 반면 어려웠던 점도 있었겠지요?
김철민 : 저는 칼국수를 주제로 잡았는데 그 점을 약간 후회했습니다. 8군데의 칼국수 집을 방문해 칼국수를 먹어 보고 사진을 찍는 일은 분명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입도 짧은 내가 먹는 것을 주제로 짧으나마 글을 써서 엮어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어요.
그리고 칼국수 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특히 더운 날씨에 칼국수를 먹으러 굳이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제일 힘들었는데, 다행인 것은 여자친구가 칼국수를 좋아해서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결국엔 여자친구도 당분간 칼국수 손절을 선언했답니다.(웃음)
엄진향 : 모이면 즐겁지만 모이기까지는 사실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에요.
각자 생업이 있고, 하는 일들이 달라서 다함께 모이는 날짜를 맞추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북구에 거주 중인 저는 모임의 주 장소였던 중구에 소재지를 둔 피스카인드홈까지 1시간을 넘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고요.
또 각자의 일상에서 수집한 것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게 주였기에, 함께 하는 작업이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공통으로 작업하는 것들을 남겼다면 더 좋았을 텐데, 사실 초창기 계획은 그랬는데, 아무래도 각자가 너무 바빠서 그 작업은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막상 가면 후회 없이 즐겁고 따뜻한 모임을 할 수 있었고, 함께 Zine 제작을 하며 서로 으쌰으쌰 하며 개인의 작업이었지만 함께 기운을 불어넣은 작업이라 생각하려고 합니다. 또 앞으로도 작업은 계속할 테니 언젠가 나올 저희의 공동 작업도 기대 부탁드립니다.
○ 그렇게 만든 Zine 결과물들이 너무나 궁금했는데, <소소마켓>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날 <소소마켓>을 정말 잘 즐겨주셨는데 어떠셨나요?
엄진향 : 소소마켓에서 동네 수집가들은 구성원 각자가 수집한 것들을 Zine으로 제작하여 한 테이블에서는 전시했고, 한 테이블에서는 가볍게 Zine을 만들 수 있는 체험존을 열었습니다. 그간 북페어를 많이 참여하여 이런 부스 활동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소소마켓은 달랐어요.
제일 먼저 판매가 없으니, 부담이 없었어요. 온전히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호스트와 게스트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
그간 소소모 모임은 동네 수집가로 시야가 한정되어 있었는데, 소소마켓을 통해 다양한 여러 공동체의 모습을 보며 익숙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제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김유정 : 소소마켓은 정말 최고였어요.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자신들의 공익활동을 소개하고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몰랐던 활동들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 세상에 회의적일 때가 종종 있지만 이런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눈동자팀'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면'반짝반짝' 아닐까요? 저희가 준비한ZINE과ZINE 제작 활동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것저것 질문해주시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이런 뜻깊은 소소모 활동과 소소마켓을 재미있고 센스 있게 진행해 주신 관계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아까 공동 작업을 하실 수도 있다고 잠깐 이야기 해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시경 : <소소마켓>이 끝나고 마음에 여운이 가득했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동아리 활동은 끝났지만, 제가 아는 ‘동네 수집가들’의 수집가분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차곡차곡 수집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수집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머지않아 그렇게 모인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소망해 봅니다.
이중용 :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해준 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것을 세상과 공유하는 작업이 지속되길 기대합니다.